단편 소설 몇페이지?

낡은 시계탑의 톱니바퀴는 녹슬어 삐걱거리며 시간을 삼켜버렸다. 시침과 분침은 멈춘 지 오래였고, 초침은 마치 숨을 헐떡이는 늙은 개처럼 힘없이 떨어져 있었다. 그 시계탑 아래, 폐허가 된 기차역에는 홀로 남겨진 여자가 있었다. 이름은 세라. 그녀는 닳아 해진 여행 가방을 끌어안고, 먼지 쌓인 플랫폼에 앉아 있었다.

세라는 기억을 잃었다.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손바닥에 새겨진 작은 흉터 하나, 목걸이에 걸린 낡은 은색 열쇠, 그리고 가방 속에 든 몇 장의 흑백 사진이 그녀의 전부였다. 사진 속에는 활짝 웃는 어린 소녀와, 낯선 남자, 그리고 아름다운 숲속의 오두막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풍경은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를 쿡쿡 찌르는 듯했지만, 그 감정을 명확히 짚어낼 수는 없었다.

매일 아침, 세라는 폐허가 된 역 주변을 걷는다. 푸르른 잡초가 기찻길을 뒤덮고, 낡은 간판은 바람에 흔들리며 녹슨 철골 구조물의 허약함을 드러낸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허공을 응시하며 길을 걷는다. 때때로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려오면, 세라는 희미한 희망을 품지만, 그 소리는 언제나 흐릿하게 멀어져갔다.

어느 날, 세라는 역 근처 숲 속에서 작은 오두막을 발견했다. 사진 속 오두막과 똑같았다.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은 먼지로 가득 차 있었지만, 곳곳에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낡은 책상 위에는 붓이 놓여 있었고, 벽난로 옆에는 뜨개질이 중단된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침대 맡에는, 손때 묻은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세라는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펼쳤다. 그 안에는 잊고 있던 기억들이, 맑고 아름다운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녀는 한때 유명한 화가였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이 숲 속 오두막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끔찍한 사고로 인해 그녀는 기억을 잃었고,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진실도 함께 깨달았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남편이 그녀를 위해 남긴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는 그녀의 웃는 모습이 그려진 작은 그림과 함께, “언젠가 네 기억이 돌아온다면, 다시 이 숲에서 만나자”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시계탑의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세라는 잃어버렸던 기억과 함께, 새로운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낡은 톱니바퀴처럼 멈춰있던 자신의 삶이, 이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희망의 싹을 틔웠다. 그녀는 다시 붓을 들고, 잊혀졌던 기억들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오두막의 벽에는 그녀의 그림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그림 속에는 희미했던 기억의 조각들이, 점점 더 선명해져갔다. 녹슨 시계탑 아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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