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할머니의 낡은 사진첩을 펼쳐보면, 그 안에는 빛바랜 시간 속 젊고 생기 넘치던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 손주들을 향한 따뜻한 눈빛, 그리고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주름진 손.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진 속 할머니와 현실의 할머니 사이에 깊은 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흐릿한 필터를 씌운 듯 할머니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익숙했던 우리의 모습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인 줄 알았다. 찌개에 소금을 두 번 넣거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들이 잦아졌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어제 먹은 점심 메뉴는 물론이고, 몇십 년을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낯설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은 우리 가족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기억력 저하는 치매의 가장 뚜렷한 증상이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일을 잊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도 점차 상실된다. 할머니는 TV 리모컨 사용법을 매번 새롭게 알려드려야 하고, 방금 전에 나눈 대화 내용도 금세 잊어버린다. 이러한 인지 능력 저하는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옷 입는 순서를 헷갈려하고, 음식을 먹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장 두려운 것은 할머니의 실종이다. 익숙한 동네 골목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 날은 새벽에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섰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찾은 적도 있다. 집에 가야 해…라고 중얼거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 가족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GPS 위치 추적기를 달아드렸지만, 할머니는 그것을 불편해하며 자꾸 떼어내려고 한다.

치매는 기억력과 인지 능력뿐만 아니라 감정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온화하고 다정했던 할머니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때로는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여 밤새 잠 못 이루는 날도 많다. 수면 장애는 할머니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고, 낮 동안의 혼란과 방황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할머니의 병은 우리 가족에게 큰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진정한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할머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할머니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할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할머니의 흐릿해진 기억 속에 우리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작은 불씨처럼 다시 피어오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는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의 남은 시간을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 채워드릴 것이다. 그것이 우리 가족이 할머니에게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