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최소 분량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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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분량은 출판사 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00자 원고지 150매 내외를 단편소설의 최소 분량으로 봅니다. 문학동네의 경우 80매 이상 200매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약간의 초과 또는 미달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150매 내외를 목표로 집필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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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페이지를 찾아서

어둑한 새벽,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텅 빈 모니터는 마치 거대한 검은 눈동자처럼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나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다시 한번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익숙하게 자판 위를 춤췄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며칠 전, 나는 야심차게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구상해 온 이야기였고, 밤낮으로 매달려 꽤 만족스러운 초고를 완성했다. 하지만 마지막 검토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이야기가 너무 짧았던 것이다. 200자 원고지 100매 분량. 출판사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짧은 이야기였다.

문득, 오늘 아침 편집자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작가님, 이야기는 좋지만 분량이 너무 짧아요. 독자들이 충분히 몰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조금 더 살을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그녀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애써 덤덤한 척 “알겠습니다. 수정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좌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니.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초고를 다시 읽어 내려갔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추가하며, 배경 묘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야기는 쉽게 늘어나지 않았다. 마치 퍼즐 조각처럼 딱 맞춰진 이야기를 억지로 늘리려니,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기만 했다.

점점 더 초조해진 나는 무작정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필요 없는 장면들을 추가하며 분량을 늘려갔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엉성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꿰매어진 상처처럼, 어색한 흔적만이 남았다.

결국, 나는 다시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절망적인 외침은 텅 빈 방 안을 맴돌았다.

그때, 문득 오래된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일기장을 펼쳐보니, 잊고 지냈던 나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꿈, 좌절했던 순간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용기까지. 일기장에는 나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통해 잃어버렸던 나의 진심을 발견했다.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량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다시 초고를 펼쳤다. 그리고 억지로 덧붙였던 부분들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불필요한 장면들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이야기만 남겼다. 그리고 나의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마치 샘물처럼 솟아났다. 주인공의 감정은 더욱 깊어졌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배경 묘사는 더욱 생생해졌고, 이야기는 더욱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밤새도록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완전히 이야기에 몰입했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이 밝아올 무렵, 나는 새로운 단편 소설을 완성했다.

200자 원고지 130매 분량. 여전히 출판사 기준에는 조금 못 미치는 짧은 이야기였지만, 나는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나의 진심이 담겨 있었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완성된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분량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작가로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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