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1근 얼마?

고기 1근의 가격, 그 이상의 의미: 한국인의 식탁과 근의 역사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할까?” 주부 김 씨의 머릿속은 매일 저녁 되풀이되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 전 세일 때 사둔 돼지고기 목살이 눈에 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나 해볼까?” 김 씨는 습관처럼 가격표를 확인한다. ‘돼지고기 목살 1근, 12,000원.’

김 씨는 문득 궁금해진다. 왜 고기는 1근이라고 표현할까? 그리고 1근은 정확히 몇 그램일까?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이라는 단위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 정확한 무게와 유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경우가 많다.

흔히 알려진 대로 고기 1근은 600g이다. 흥미로운 점은 채소 1근은 375g으로 고기와 무게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왜 같은 ‘근’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면서 무게가 다를까? 그 이유는 바로 ‘근’이라는 단위의 유구한 역사와 변천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근’의 기원은 기원전 중국 진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곡물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근’이 사용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상품의 종류에 따라 그 기준이 점차 분화되었다. 특히 고기와 채소는 곡물과 달리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수분 증발 등으로 인해 무게 변화가 발생하기 쉬웠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고기와 채소의 ‘근’ 무게를 다르게 설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이라는 단위는 단순히 무게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한국인의 식탁 문화와 경제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이나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삼겹살 2근 주세요”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여전히 ‘근’ 단위로 고기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무게를 표기하는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근’보다는 ‘그램(g)’ 단위에 더 익숙하며, 마트에서는 100g당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하고 합리적인 구매를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근’이라는 단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완전히 사라질까, 아니면 여전히 우리 식탁에 남아 있을까?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근’이라는 단위는 단순한 무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근’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의 삶과 함께해 온 문화적 유산이며, 우리 식탁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김 씨는 냉장고에서 꺼낸 돼지고기 목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근’의 유래를 알게 되니, 오늘 저녁 김치찌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김 씨는 무심코 ‘근’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면서,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 나누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 김 씨의 김치찌개에는 맛있는 돼지고기 목살과 함께, 한국인의 따뜻한 정과 역사가 함께 녹아들 것이다.

#가격 #고기 #정육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