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태1되는 몇키로?

할머니의 낡은 사진 속 안내문, 콩 한 되는 1.4kg. 그 단순한 문장이 촉발시킨 기억의 파도는 나를 어린 시절의 시골집 마당으로 데려갔다. 가을걷이가 끝난 마당 한켠에 자리 잡은 커다란 키. 할아버지는 힘차게 키를 흔들었고, 탈곡된 콩들은 알알이 흩어지며 햇빛 아래 반짝였다. 그때는 몰랐다. 한 되, 두 되, 그 단위가 담고 있는 무게와 그 안에 깃든 노고를.

할머니는 서리태를 유독 아끼셨다. 검은콩은 약과 같다며 늘 강조하셨던 기억이 난다. 콩자반, 콩국수, 메주콩으로 만든 된장찌개까지. 할머니의 손길을 거친 서리태 요리는 언제나 따뜻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특히 추운 겨울날, 뜨끈한 콩죽 한 그릇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최고의 보약이었다. 할머니는 서리태를 볶아 가루를 내어 미숫가루에 섞어 주시기도 했다. 고소한 향과 함께 씹히는 콩가루의 식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콩 한 되가 1.4kg이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걸까? 마트에서 포장된 콩을 사던 습관 때문일까? 단위의 기준이 모호해진 현대 사회에서 ‘되’라는 단위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곡식을 소중히 여기던 옛사람들의 지혜와 정성이 담겨 있다. 한 되, 두 되, 그것은 단순한 무게의 단위를 넘어 삶의 무게, 땀과 노력의 결실을 나타내는 단위였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해보니 서리태 한 되의 무게는 판매처나 품종에 따라 1.4kg에서 1.6kg까지 다양했다. 할머니 사진 속 안내문의 1.4kg은 아마도 당시 지역의 관습적인 기준이었을 것이다. 표준화된 무게 단위가 없던 시절,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욱 ‘한 되’라는 단위에는 그 시대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쉽게 잊고 지냈던 ‘되’라는 단위를 통해 잊혀져가는 옛것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 할머니의 사진 속 안내문은 단순한 무게 정보를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삶의 방식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주는 소중한 메시지였다. 서리태 한 되, 그것은 단순히 1.4kg의 무게가 아니라,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 그리고 잊혀져가는 옛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무게였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늘도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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