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이란 무엇인가요?

18 조회 수

한국에서 한 근은 품목에 따라 다른 무게를 나타냅니다. 고기나 약재는 600g으로 계산하며, 과일이나 채소는 375g으로 봅니다. 이는 대한제국 시기 도량형 통일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선시대의 약 640g에서 변화된 수치입니다. 현재까지도 이 기준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피드백 0 좋아요 수

한근, 그 묘한 무게의 세계

“한근 주세요.”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 말 속에는 한국인만이 이해하는 독특한 무게 단위의 세계가 숨어있다. 고기를 한근 사려면 600g을, 사과를 한근 사려면 375g을 받게 된다. 같은 ‘한근’인데 왜 이렇게 무게가 다를까? 이 묘한 차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근이 약 640g이었다. 당시에는 무게 단위가 지금처럼 정확하게 통일되지 않았고, 지역이나 상인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한근은 16냥(兩)으로, 현재의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640g에 해당했다. 이 무게는 사람의 손으로 들 수 있는 적당한 양을 나타내는 실용적인 단위였고,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변화의 시작은 대한제국 시기였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도량형 통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902년 대한제국은 도량형령을 공포하여 척관법을 기준으로 도량형을 통일하려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근은 600g으로 정의되었다. 이는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미터법과의 호환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하지만 전통적인 상거래 관행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웠다. 특히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기존의 한근(약 640g)을 16냥이 아닌 10냥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이 10냥을 새로운 기준인 600g에 적용하면 약 375g이 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근은 600g과 375g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병존하게 되었다. 고기나 약재처럼 무게를 중요시하는 품목에는 새로운 기준인 600g이 적용되었고, 과일이나 채소처럼 부피 단위로 거래되던 품목에는 전통적인 10냥을 기준으로 한 375g이 유지된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기준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시장에서는 품목에 따라 다른 한근의 무게가 통용되고 있다.

물론 미터법을 사용하는 것이 정확하고 편리하지만, ‘한근’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무게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오랜 전통이 응축된 문화적 유산이며,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비록 불편함이 존재할지라도, ‘한근’이라는 단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문화적 표현으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한근’이라는 단어는 시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사용될 것이며,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무게 단위 #한국 전통 #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