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의 유효기간은 얼마인가요?
낡은 지갑 속 친구, 주민등록증 이야기
지갑 속 깊숙한 곳, 빛바랜 사진 한 장. 앳된 얼굴의 나를 증명하는 주민등록증. 십 대 시절 설렘과 어색함 속에서 발급받았던 그것은 어느덧 빛바랜 추억과 익숙함을 담고 낡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주민등록증은 한 번 발급받으면 잃어버리지 않는 한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와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운전면허증처럼 10년마다 새롭게 발급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마치 오랜 친구와 정해진 시간 동안만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만약 주민등록증 유효기간이 생긴다면, 십수 년 전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여전히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아마 대부분은 빛바랜 사진 속 주인공이 맞는지 의심받을 만큼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낡은 플라스틱 카드 한 장에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풋풋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 설렘 가득했던 첫 투표의 기억, 그리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온 지난날들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주민등록증 유효기간 도입은 위조 신분증 사용을 방지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친한 친구와도 같은 주민등록증이기에, 단순한 신분 증명을 넘어 우리 삶의 흔적과 추억을 담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는 10년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될 주민등록증. 변화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안에 담긴 우리 삶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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