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김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소금에 절인 채소, 김치의 뿌리를 찾아서: ‘지(漬)’와 ‘저(菹)’의 이야기

오늘날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김치는 그 붉은 색과 깊은 풍미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의 모습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매콤하고 시원한 맛, 다양한 재료와 발효 과정을 거친 현대 김치의 기원은 소박하게 채소를 소금에 절여 보관하던 ‘지(漬)’ 또는 ‘저(菹)’에 닿아 있습니다.

‘지(漬)’와 ‘저(菹)’는 모두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든 음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자에서 ‘지(漬)’는 ‘담글 지’ 자를 사용하여 채소를 소금물에 담가 절이는 방식을 나타내고, ‘저(菹)’는 ‘절일 저’ 자를 사용하여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는 방식을 나타냅니다. 이 둘은 엄밀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지’는 보다 간단하게 소금물에 절인 채소를, ‘저’는 젓갈 등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발효시킨 채소를 의미했습니다.

고대에는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소를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여름과 가을에 수확한 채소를 소금에 절여 겨울을 나는 것이 필수적인 생활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와 ‘저’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생존을 위한 지혜가 담긴 음식이었던 셈입니다.

‘지’와 ‘저’는 오늘날의 김치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양념의 종류와 발효 과정의 유무입니다. 현대 김치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등 다양한 양념을 사용하여 복잡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반면, ‘지’와 ‘저’는 주로 소금만을 사용하여 짠맛이 강했습니다. 또한 현대 김치는 유산균 발효를 통해 독특한 풍미를 얻지만, ‘지’와 ‘저’는 자연 발효에 의존하거나 아예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현대 김치의 특징 중 하나인 ‘김장’ 문화 역시 ‘지’와 ‘저’ 시대에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김장은 늦가을에 많은 양의 김치를 한꺼번에 담가 겨울 동안 먹는 한국의 독특한 풍습입니다. ‘지’와 ‘저’는 필요에 따라 조금씩 담가 먹거나, 계절에 따라 다양한 채소를 절여 먹는 방식으로, 김장처럼 대규모로 담그는 문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와 ‘저’는 어떻게 오늘날의 김치로 발전했을까요? 그 과정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조선시대에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김치의 양념은 더욱 풍부해졌고, 젓갈 등 다른 재료들이 첨가되면서 발효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또한 냉장 기술의 발달은 김치를 더욱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해주었고,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개발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와 ‘저’는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채소 염장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양념과 발효 기술을 통해 발전해 온 김치는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지’와 ‘저’의 소박한 모습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다채로운 김치에 이르기까지, 김치의 진화는 한국인의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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