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얼마인가요?

건강수명 72.5세,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

2021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2.5세라는 통계를 마주하면,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꾸준히 향상되는 삶의 질에 고무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2000년과 비교해 약 6년이나 늘어난 이 수치는 긍정적인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에 매몰되어 자축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72.5세라는 건강수명은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의미한다. 단순히 생존하는 기간인 기대수명과는 다른 개념으로, 질병이나 부상 없이 활동적인 삶을 누리는 기간을 나타낸다. 즉, 남은 수명 동안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인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들이 정복되고,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는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 참여율 증가,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단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건강 불평등’이라는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드리워져 있다. 소득 수준, 교육 정도, 거주 지역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건강수명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하고 건강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만성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의료 접근성이 낮아 건강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평등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다. 건강하지 못한 인구 증가는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건강수명 향상 정책은 단순히 평균 수명 연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건강 형평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 안전망 강화, 건강 검진 및 예방 프로그램 확대, 건강 정보 접근성 개선 등 맞춤형 지원 정책을 통해 건강 불평등의 골을 메워야 한다. 더 나아가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 및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건강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건강수명 72.5세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향상을 추구하고,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와 노력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모두가 건강한 사회, 그 안에서 비로소 72.5세라는 숫자는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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